2009년 05월 18일
고스(GOTH) - 죽음에 대한 미학.

...이라고 적고 싶네요.
문제 발언인가 싶기도 하지만 '나'와 공감해 버린 이상
이런 식의 찬사를 낼 수 밖에 없습니다.
...
오츠이치라는 작가를 안 것도 작년 말.
GOTH라는 책이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작년 말.
예약 박스판까지 있었는데 19금 판정 먹고 회수 된 것을 안 것도 작년 말.
...알게 된 순간, 굉장히 읽고 싶어 졌습니다.
대체 뭐길레?
그런데 이미 버스는 떠나가 버렸고...
표지에 '19금' 적혀서 다시 나온다고는 했지만 그걸 사는 건 왠지 패배하는 느낌이라 납득 불가.
중고장터 돌아다녀봐도 매물도 없더군요.
아쉬운 마음에 회수 안 된 만화판만 사서 읽어봤습니다.
암흑계(Goth)의 시체 그림을 보는 순간 싸늘해 지던 느낌이 아직도 기억나네요.
...더 읽고 싶어졌습니다.
다행히 인연이 있었던 듯.
중고장터에서 좋은 분을 만나서 절판된 책인데도 정가로 박스판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박스판이 소설 + 만화라서 만화판이 두 권이 되어버렸는데.
이게 보통 만화 같으면 누굴 주던가 하겠는데
내용이 내용이고 그림이 그림이라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주위에 이 책을 쉽게 넘겨줄 사람이 없다는 것은 다행이겠죠. 분명.
...
만화책 후기에 있는 작가의 말을 빌자면 이 책의 내용은,
'마왕에게 붙잡힌 공주를 구하는 용사'의 이야기입니다.
공주도, 용사도, 다르지만 말이죠.
모리노는 죽음에 가까이 있길 갈구하는 소녀입니다.
모리노가 죽음을 찾는 이유는 어설픈 쾌락을 얻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모리노는 죽음의 끄트머리에 서서 세계를 가장 강하게 실감합니다.
모리노에게 삶과 죽음은 경계가 아닙니다.
'나'에게 삶과 죽음은 경계가 아닙니다.
'나'는 죽음을 바라보길 원합니다.
'나'는 죽음을 향해 조용히 미쳐있는 자들을 바라보길 원합니다.
'나'는 세상 밖에 서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관계도 의미가 없습니다.
'나'를 세상과 이어주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는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죽음입니다.
그런 '나'가 모리노를 마왕에게서 구하는 이유는,
마왕을 끌어들이는 페로몬을 발하는 모리노를 구하는 이유는 바로...
...
다 읽고 나서 평을 몇 개 찾아읽어봤습니다.
오츠이치라는 작가가 '이런 식'의 트릭을 즐겨쓰는 듯한데요.
다른 글은 아직 안 읽어봐서 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전 아무 것도 모르고 읽은 덕분에 제대로 한 번 맞았습니다.
개(Dog)에서요.
그런 식으로 반전을 보여주는 트릭도 인상 깊었지만
그보다 지금까지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그려왔던 장면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른 색으로 순식간에 덧칠 되는 느낌.
총천연색이 회백색으로 덧칠 되어버리는 기분.
그때 '나'는 창밖에서 이런 기분으로 보고 있었겠죠.
또 한 번은 마지막의 목소리(Voice)인데,
이번엔 속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이건 이러니까 이거 아냐? 라고 안 속은 게 아니라,
'나'가 죽음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할 리가 없어.
...라고 생각했습니다.
공감해 버렸거든요.
'나'가 바라보는 세상은 그렇게 확실하지 않아요.
...
솔직히 19금 판정을 받은 건 본보기로 당한 것 같은 느낌이 없잖습니다.
특별히 잔혹한 것도 아니고(이것보다 더 잔인한 책 많죠, 분명),
'나'와 모리노, 그리고 마왕들의 세계는 분명히 미쳐있지만 이거야 정신적인 문제니까요.
설마 이걸 보고 공감해서 정말 미쳐버리기라도 할 거라고 생각한 걸까.
안 미쳤어요.
아직은.
오히려 시각적인 면에서는 만화판이 수준이 상당히 높은데(시체 그림),
제재를 가하려면 만화판부터 가했어야 하는 것 아닌지.
...
모리노는 한 권, 여섯 개의 에피소드를 거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엽니다.
마지막의 그 외침은 모리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표현이었겠죠.
아이러니한 것은 이 마음을 연다는 것의 열쇠가 되는 것이 바로
무자비, 무감동한 0℃의 덩어리인 '나'라는 거지만.
이 콤비가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지 뒤가 기대됩니다.
...커플이요?
아뇨. 이 둘은 절대 커플로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나'가 모리노에게 (스스로 말한대로) 집착하는 이유는 애정 때문이 아닙니다.
다만.
모리노를 남의 손에 넘기기 싫은 것 뿐입니다.
...
"다음에 죽고 싶어지면 내가 죽여줄게."
# by | 2009/05/18 14:23 | Book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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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운이 좋게도 이 책을 구하려고 단골서점에 가서 진열되있는 19금딱지 붙은 책을 꺼림칙해도 사려고 꺼내다가 계산대에 가져가자 주인아저씨가 초회판이 낫지 않겠냐면서 숨겨둔 초회판을 꺼내주셨다지요.
만화판은 아직 사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그게 뻐~얼건 글자로 '19금'이라고 적혀있는가 아닌가의 차이라면 말할 것도 없죠.
만화판은 그림 두어 장만으로 이미 위험수위를 어디까지 넘어서 날아가고 있는데...
...그 정신적인 부분에 공감도 해보고 싶었고(안 미치겠지만)
어쨌든 재밌었습니다. 사진 않으셔도 도서관 같은데서 기회 되시면 빌려보세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좋겠네요.